코로나 팬데믹은 한국 영화산업에 큰 타격을 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변화와 기회를 만들어냈다. 극장 중심의 산업 구조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급격히 이동했고, 투자와 제작 방식도 변화를 겪었다. 이제 한국 영화는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산업이 맞이한 기회와 도전을 살펴본다.
극장과 OTT, 영화 유통 방식의 변화
코로나 이전까지 한국 영화산업은 극장 개봉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해 극장 관객 수가 급감했고, 영화 제작사들은 새로운 유통 방식을 찾아야 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OTT 플랫폼이 급성장하며 영화 개봉 방식도 변화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승리호(2021)와 카터(2022)가 있다. 과거에는 대작 영화라면 반드시 극장에서 개봉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OTT를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이 중요한 전략이 되었다. 특히 OTT 플랫폼은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한국 영화의 글로벌 진출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OTT 중심의 배급 방식이 늘어나면서 극장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극장들은 4DX, IMAX 등 프리미엄 상영관을 확대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팬데믹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단순한 영화 관람이 아닌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팬미팅과 결합된 특별 상영, 영화 음악 콘서트 등 새로운 형태의 이벤트가 증가하고 있다.
결국,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산업은 극장과 OTT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극장 개봉이 가능한 작품과 OTT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작품을 구분하여 전략적으로 배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작 환경 변화와 글로벌 협업 확대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 제작 환경도 변화했다. 첫 번째 변화는 투자 방식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대형 투자사와 배급사가 영화를 주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글로벌 OTT 플랫폼이 주요 투자자로 등장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지옥, 길복순, 정이 등 한국 영화를 직접 투자 및 제작하면서 한국 영화산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는 한국 영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을 기회를 제공하지만, 한편으로는 OTT 플랫폼의 요구에 맞춘 콘텐츠 제작이 증가하면서 창작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두 번째 변화는 글로벌 협업의 증가이다.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는 더 이상 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 시리즈다. 범죄도시 3는 해외 시장에서도 개봉하며 글로벌 흥행을 노리고 있다.
또한, 미국 할리우드와의 공동 제작도 활발해졌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해외 영화제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봉준호 감독은 미국 배우들과 함께 신작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글로벌 협업은 한국 영화의 수준을 더욱 높이고,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기회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자본 의존도가 커지면서 한국 영화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또 다른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면서도 한국적인 색깔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장르의 다양성과 새로운 콘텐츠 시도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산업에서는 장르의 다양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과거 한국 영화는 범죄, 스릴러, 드라마 중심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SF, 판타지, 슈퍼히어로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정이(2023)와 같은 SF 영화가 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SF 장르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공개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공포 영화나 블랙코미디 영화도 주목받고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는 팬데믹 이후 생존을 다룬 한국형 디스토피아 영화로, 현실적인 소재와 강렬한 메시지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새로운 콘텐츠 시도의 또 다른 흐름은 웹툰, 웹소설 기반의 영화 제작이다. 웹툰 원작 영화 사냥개들(2023)은 OTT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앞으로도 많은 웹툰 기반 영화가 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젊은 층의 관심을 끌어내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결국,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산업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글로벌 관객을 겨냥한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결론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산업은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극장과 OTT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해졌고, 글로벌 협업과 투자 방식도 달라졌다. 또한, SF,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 한국 영화는 팬데믹 이전과는 다른 전략을 필요로 한다. 극장과 OTT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이며, 창작의 자유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한국 영화산업은 앞으로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강력한 콘텐츠 강국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